자작글1

새벽에

해량 2016. 12. 4. 19:16





      새벽에/허주 새벽이다 아직은 공간에 어둠으로 쌓여있다 문득 새롭지도 않은 언제나 그랬듯이 새로운 하루가 보고 싶어 창가에 다가섰다 기온이 낮은 탓인지 작은 창가에 하얀 김이 서려 있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 새로운 하루라는 그 글귀를 유리창에 굳은 손가락으로 새겼다 어느 듯 12월에 접어들었다 한해도 저물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가 되었구나. 이런 생각을 할 때쯤 새겼던 글귀가 흘러내렸다 창문을 여니 나를 반기는 것은 아직 졸고 있는 가로등과 차가운 새벽바람뿐 아무것도 없었다. 난 창가에서 보았다 아직은 검은 형체만 보이는 저 산위에 태양빛이 감돌면 서서히 또 하루가 시작되고 또 하루가 멀어져 갈 것을 이제는 한 해를 보내야 할 시간이 서서히 다가온다는 것도. 이제는 그런 것에 충실함을 보일 때가 된 것 같다 그래도 새로운 태양이 저렇게 떠오르지 않는가 햇살이 피어나는 나의 작은 공간에서 늘 함께했던 날들이 시작되고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어제 저녘무렵 보았던 아름답게 피어 사라졌던 석양처럼 이제는 또 한 해를 보낼 때가 된 것이다 어두운 밤 적막과 시름이 교차되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또다시 새벽은 오고 새벽이 그치니 이렇게 새로운 태양이 솟아오르는 것을 이별이 있으면 반드시 만남이 있는 것 그래서 이별은 만남을 낳는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이제 새로운 만남을 위해서 마음을 가다듬자 아침이다 찬바람이 분다. 서서히 한해가 저물어 가는 날들에 충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