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과 노인/허주
사람들은 가을을 탄다고 말을 한다.
사실은 가을을 타는 것이 아니고 가을을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가을을 타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쓸쓸한 가을바람이 부는 마당에서 하염없이
땅만 쳐다보며 앉아있는 노인이다.
나는 갑자기 그의 행동이 궁금하였다.
노인 곁으로 다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니
땅바닥에다 아무 의미도 없는 낙서를 하고 있었다.
그의 낙서에서 가을이면 느낄 수 있는 고독이 있었다.
뭐하고 계신지요?
뭐 하긴요 할일이 없고 심심해서 앉아 있소이다.
그의 모습이 너무 외로워 보였고 쓸쓸해 보였기에
이른 모습이 가을을 타는 것일까 싶었다.
어느 가을날에 어느 좁은 골목길에서 옷깃을 세우고 걸어가는
노신사를 만났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재요~~안 바쁘면
커피나 한잔 하고 가소..........
한 잔의 달콤한 믹스커피 맛에서
노인의 하소연을 들을 수 있었고 그의 외로움을 보았다.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오.
다 그런 것이 인생이러니 하세요.
그런 대화를 하고
노인의 외로운 가을이 빨리 지나가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서 오려니 가슴 한구석이 텅 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나가는 길에 자주 놀러 오라는 말을 듣고서 노인과 헤어졌다
가을 가을은 어째서 노인을 외롭게 만드는가.
이 깊어 가는 가을을 그냥 즐기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깊어가는 가을밤 노인은 무엇을 하고 계실지 궁금하다.
삽입곡 Tornero - 남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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