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산사에서

해량 2016. 8. 26. 16:51





      산사에서/허주 그이는 잠들어 있었지 한참이나 꽃과 나무와 벌과 대화를 했지 내 말이 맞는데 바람은 아니라 하고 풀들은 옳다고 하니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어 그이가 일어나서 판결을 내어 주길 바랐지만 곤한 잠은 그를 사로잡고 놓아 주지 않았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을 쯤 비시시 눈비비고 일어나는 그이는 입이 찌저져라 하품을 하니 누런 이빨이 마치 가을 날 잘 익은 옥수수와 같아서 흉을 보았더니 그것도 산사의 법도라고 하는 그는 늙은 중이라 아까 내가 말했던 바람과 풀의 정답을 알려 달라 하였더니 내가 그걸 알면 부처 하지 중 하겠나 하면서 다시 누런 이빨을 보이면서 호탕하게 웃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