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사에서/허주
그이는 잠들어 있었지
한참이나 꽃과 나무와 벌과 대화를 했지
내 말이 맞는데 바람은 아니라 하고 풀들은
옳다고 하니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어
그이가 일어나서 판결을 내어 주길 바랐지만
곤한 잠은 그를 사로잡고 놓아 주지 않았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을 쯤
비시시 눈비비고 일어나는
그이는 입이 찌저져라 하품을 하니
누런 이빨이 마치 가을 날 잘 익은 옥수수와
같아서 흉을 보았더니
그것도 산사의 법도라고 하는 그는 늙은 중이라
아까 내가 말했던 바람과 풀의 정답을 알려 달라
하였더니 내가 그걸 알면 부처 하지 중 하겠나
하면서 다시 누런 이빨을 보이면서 호탕하게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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