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허주
이슬 모아 촉촉한 꽃
산새 모아 고운 노래 부르는 꽃
잎을 흔들어 향기를 파는 꽃
아름답게 피었구나.
서럽게도 빨갛게 피었구나.
백일동안 피고 지면 얼마나 서러울까
차라리 오늘피어 내일 진다면
서럽지는 아니 할 것을
어찌하여 백일동안 만남과 이별을
하여야 하는지
꽃이여! 너의 신세가
나 보다 더 났구나
넌 향기를 팔고 유혹을 할 수
있다지만 나는 그러지 못하니
꽃! 너는
양귀비 보다 더 유혹적이고
장미보다 더 정열적이니
햇살이 뜨거워도 백일을 살다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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