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1

고요함

해량 2016. 4. 30. 01:05
    고요함/허주 언젠가부터 고요함이 좋아졌다 사람들과 만나서 쓰디쓴 술 한 잔에 울고 웃다가 터벅터벅 집에 오면 어쩌면 그렇게 마음이 허전한 것인지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고요함이 좋다 고요 속에서 무엇인가 들리는 것 같고 고요 속에서 무엇인가 보이는 것 같아서 이다 그런데 고요함이 쓸쓸함을 가져와 형용 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만든다. 멀리 보이는 불빛들은 은은하게 빛이 나고 고요 속에 흐르는 밤공기는 어둠을 삼키며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달이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밤길을 걷다가 손톱눈만큼 작은 달을 만날 수 있었는데 오늘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달도 고요함에 외로워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는 것인지 고요함이 외로움을 낳아 버렸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지만 온갖 지난 사연들이 텅 빈 머릿속에서 마치 용 솟음 치듯이 살아나 잠 이루지 못함이다 멍청히 안자서 TV를 보니 남남북녀라는 예능 프로를 하고 있다 요즘 탈북 미녀들이 인기가 너무 좋다 북에서 내려온 여인들은 악기도 잘 다루고 연기도 참 잘 하는 것 같다 답답함에 창문을 열었다. 넓은 육차선 도로가 보이고 한 줄로 길게 널어선 가로등들은 초저녁 보았던 그대로이다 시간은 새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이 시간에 어디로 가는 것인지 차들이 경음을 울리면서 달리고 있다 이 시간에도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공식 없어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술잔에 담고 깜박이는 백열들 아래서 잔을 기우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제 나도 그렇게 하였으니 말이다 아침이 오면 답이 나오는 것인데 숙취가 지배를 하는 육신의 공허함 그것이 정답인데 아직 그들은 답을 찾지 못 하였을 것이다. 이제는 여름인 같다 어제는 밀집 모자를 쓰고 산에 가서 자리공 새순을 따와 데쳐서 말려 놓았다 한 삼일 마르면 묵나물이 되겠지 잘 보관해서 입맛이 없을 때 식용유에 볶아 먹으니 맛이 일품이여서 올해도 봄이 다가기 전에 조금 만들어 놓았다 느티나무도 이제는 잎이 완연히 피었고 왕 벚꽃은 지고 말았다 여름이다 봄은 가 버렸다 올 해 봄은 나에게 수많은 사연들을 남기고 이제 떠나 버렸다 아쉬움은 좀 남지만 오월이다 가정의 달이다 계절의 여왕 이라고도 한다. 이팝나무들이 하얀 눈가루를 쓴 듯 피어나기 시작한다. 오월은 이팝나무와 같이 온 것 같다 하얀 쌀밥을 달고 있는 모습이 낮에 보니 눈이 부실 정도더라 아파트 울타리를 휘감고 있는 넝쿨장미도 멀지 않아 피기 시작 할 것이다 작년에 보니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막힐 정도 였는데 올해도 빨리 피어나서 사람들의 가슴에 빨간 정열이 피어나게 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