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겨울나무 해량 2016. 1. 29. 22:18 겨울나무/허주 하얀 눈이 내리는 어느 날 밤에 네 앞에 서서 하소연을 이렇게 했었지. 나는 겹겹 거추장스레 옷을 껴입어도 이렇게 가슴이 시려 떨고 있는데 너는 어찌 발가벗고 있어도 춥다 하지 않는 것인지 대답하지 않는 너에게 바보처럼 질문만 던지고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웠다. 이렇게 눈이 내리면 하얀 눈 위에 삶의 무게를 실은 발자국만 나는 남기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원망 하면서 투들 대었는데 너는 눈이 오면 하얀 눈으로 옷을 갈아입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가장 황홀한 몸짓으로 춤을 추니 네가 어찌 부럽지 아니 하겠는가. 너는 천년을 살아도 아무 말 없이 그냥 그렇게 세월과 함께 덫 없이 살아가도 겨울이 떠나가면 이파리를 얻는데 나는 백년을 살지 못하면서 입이 아프도록 말을 하여도 겨울이 또 떠나가도 어찌하여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허무한 마음뿐일까 오늘 밤은 바람이 너를 윙윙 울게 하고 외로운 가로등마저 너의 벗이 되어 있는데 바람이 불고 네가 그렇게 울어도 나는 더 외로울 뿐 허무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것은 그리운 벗을 찾지 못한 나의 영혼 탓이겠지. 하지만 나 외롭고 쓸쓸하다 하여도 언제나 너를 볼 수 있음에 외롭지 않고 비우고 또 비워도 다 비우지 못하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술잔 속에 어리는 겨울나무 네가 나의 가장 소중한 벗이라는 것을 안 것이 다행이라 생각 한다 어제 만난 너는 내일도 그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으리라 이 기나긴 겨울이 네라고 어찌 춥지 않겠는가. 나는 춥다고 호들갑을 떨고 너는 호들갑을 떨지 않는 차이겠지 그래서 나는 네가 너무 좋다. 겨울나무 너도 나처럼 벌써 봄이 그리운 것은 아니겠지. 저작자표시 동일조건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