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때문에/酒黨허주
어제와 같이 그 길을 걸어왔습니다.
나의 집을 찾아 가는 길입니다
30년째 졸고 있는 나의 친구 가로등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꽃이 지고 없어도 걸어서 왔습니다.
고독을 탄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는 나에게
꽃은 임처럼 마신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난 꽃을 사랑 했습니다.
너무 짧은 생을 살다간
꽃 때문에 허무함 더 했습니다
내일은 꽃이 진 그 자리에 마음의 꽃을
한포기 심으려 합니다.
길을 걸었습니다.
꽃이 진 그 길에는 쓸쓸이 부는 바람만 있을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이 부셔 떨 수가 없었던 날들이
기억 속에서 살아났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텅 비어 버린 길은
다시 채우지 못함 때문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 봄은 파란 풀포기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