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둥지 해량 2015. 4. 9. 00:02 둥지/酒黨허주 바람 부는 오후 공원길을 걸었다 파랗게 돋아난 잔디밭에는 민들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어느새 자란 풀들은 바닥에서 신음을 토한다. 장미넝쿨이 우거진 울타리 너머 길옆 빨간 철쭉들이 앞을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마치 그 모습이 운동회 하는 날 백 미터 달리기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긴장 해 있다 키 큰 느티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 그곳 작은 나무 가지에 미켈란젤로의 조각품 보다 더 아름다운 작품이 걸려있다 그 속에 새파란 생명이 몇 알 반짝반짝 빛난다. 검은 점이 총총 찍혀 있는 껍데기 그 속에 생명의 유체가 보이는 듯하다 그 신비로움을 두고 껍데기 주인은 어디로 가 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보았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