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오일장 해량 2015. 3. 31. 12:39 오일장/酒黨허주 중국에서 배타고 여기까지 무엇 하려 왔는지 저팔계 형님 같이 생긴 아주머니 만나려 왔는지 고등어가 허리 멍 텅 하게 눈을 뜨고 누워있다. 러시아에서 신나게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무엇 하려 왔는지 앞에 지나가는 예쁜 여인처럼 치장 하고 입술에는 검은 립스틱을 바르고 동태가 누워있다. 황진이가 입어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싸구려 줄무늬 옷들이 정신없이 바람에 날린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도야지 한 마리가 희생을 당하여 늙은 할아버지 쌈지를 열게 한다. 손오공 같은 아주머니 앞치마 주머니에는 신사임당 세종대왕이 들어가면서 웃고 학 한 마리는 깡통에 쳐 박힌다. 막걸리 한 잔 부어 놓고 안자있는 저 노인은 무엇을 사려 왔는지. 칼잡이 아저씨는 잔인하게 팔뚝만한 대구를 토막 내고 바구니 줄선 곳에는 봄나물 들이 방금 산에서 달려 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숨 고르기를 하고 미꾸라지는 하얀 거품을 내 뿜으며 작은 입을 내밀고 빙빙 돌면서 사람 구경을 한다. 외국인 아가씨도 청바지에 빨간 립스틱을 마르고 시장 보려 왔나 보다 봉지에 가득 무엇을 샀는지 엉덩이를 흔들며 즐겁게 걸어간다. 상추 모종은 텃밭 주인을 기다리고 묘목들은 가수원 아저씨 기다리고 토끼는 붉은 눈을 감고 졸고 있다 노란 병아리는 삐약삐약 노래 부른다 족발 파는 아저씨는 담배만 피우고 칼갈이 아저씨는 장기 두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은 오일장이다 오일 후에 또 한번 와 보자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