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며 /酒黨허주
휘영청 밝은 달이 세상을 비추고 있다
오늘따라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짓는 토기의 모습이
힘들고 외로워 보인다.
세상 사람들은 저 달이 비추어 주는 은은한 빛을 덮고
깊이 잠들어 가는데
토끼는 저렇게 방아만 찧고 있어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 싶다
별들도 둥근달을 사랑 하듯 춤을 추고 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도 오늘따라 그 형체가 뚜렷하다
하지만 순식간에 바람을 타고 흩어져 어디론가 밀려간다.
달 아래 세상 모든 것이 달그림자를 그리며 침묵을 지키고
주차장 가장자리에 서있는 외로운 가로등만이 졸고 있다
세상의 소음들은 이미 흩어져 고요만 흐른다
그 정적을 깨고 달리는 미친 자동차들 소리만 요란하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낡은 의자에 기대어 흐르는 음률을 타고 있는
나의 신세가 오늘따라 너무 처량하다
고독은 또 다른 고독을 낳는다고 했던가.
밤하늘에 둥근달은 저렇게 밝게 빛나는데 고독에 사무쳐
잠 못 드는 나는 이 밤도 독한 한 잔의 술이 벗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