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2 계절의 부랑자 해량 2014. 11. 14. 19:11 계절의 부랑자/허주 사람들은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 그 때 쯤 수많은 봄꽃들이 피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추억을 준다. 그런데 나에게 기억나는 것은 첫사랑의 감동을 준 라일락꽃 향기뿐이다 진달래는 본 듯 만 듯 그렇게 지고 하얀 벚꽃은 며칠을 견디지 못하였다 그런데 라일락꽃 향기는 아직 내 작은 마음의 창고에 쌓여 있다 봄을 알리던 개나리는 기억조차 없는데 풀벌레 우는 여름밤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달 밝은 밤이면 서쪽 하늘을 하얗게 수놓은 은하수 물결 위에 떠 있는 하얀 뭉게구름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여름 날 넝쿨 장미는 울타리를 사랑했고 늙은 느티나무는 무더위에 지친 나그네를 사랑 했다. 여름날 푸름에 시달리며 살아온 나무들은 가을을 만나서 사랑했고 사랑이 익어 갈 무렵 그 사랑도 식어 서서히 퇴색 되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변하여 찬바람이 부는 어느 날 아무도 찾지 않는 원두막 지붕 위에서 겨울을 기다리고 오가던 이들의 발길 끊긴 오솔길에 쓸쓸 하게 잠들어 누워있다 지금은 겨울이 세상을 감싸고 있다 그것은 누구도 부정 하지 못한다. 지난봄은 잠자던 모든 생명을 깨 워 서 활력을 주었다 여름은 그들을 무럭무럭 자라게 하여 성장을 주었고 가을은 그들을 영글게 하여 풍요를 주고 아무 말 없이 누워 있는 저 낙엽도 한 때 화려함을 감추고 고개 숙여 겸손 하거늘 그런 계절들의 희생을 망각 한 채 겨울은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오직 하는 일이 있다면 세상을 회색빛으로 만들어 가 는 것. 북풍과 찬 서리를 등에 업고 사람의 인내를 시험 하듯 마음 가난한 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겨울을 계절의 부랑자라고 부른다. 그래도 용서 하자 겨울은 다시 봄을 내어주기에........ .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