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향기/허주
비탈진 언덕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한포기 풀에 지나지 않았다
쓴맛을 가진 아픔 때문에 곤충들마저 외면하여도
묵묵히 가을을 기다리며 꽃을 품고 있었다.
들길 마다 산기슭마다 지금 구수하고 쓴맛이 짙은
향기를 풍기며 너절 나게 피어 있는 구절초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벌들은 어느새 향기에 취해서 질식해
버렸다
낯선 아낙들의 손길이 스쳐도 그저 마음 것 향기를
주고 화전 판 꽃잎을 준다.
가을은 구절초의 계절이다
모든 것들은 누렇게 변하여 퇴색 되어 가는데
오직 구절초만이 하얀 색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