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좋은글 중년의 하루 해량 2012. 3. 20. 08:01 중년의 하루 詩 / 이채 하늘을 쳐다본 지가 얼마 만인가 땅을 내려다본 지도 꽤 오래인데 하루해 저물기가 힘이 들고 저녁이 쉽게 오지 않는 날엔 숨소리도 맞바람에 부대껴 가파라만 집니다 욕심 없는 하루건만 세상을, 삶을 몽땅 놓아버리고 모든 걸 잊고 싶은 날엔 더딘 밤은 몹시도 깊고 그 밤의 어둠은 길고도 긴 그림자 이런 밤엔 꿈도 하얗도록 허망하여라 하루만큼 생은 짧아져 가는데 파고드는 상념은 끝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네 아, 나는 여태껏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가 파문을 넘어 파도를 치던 날엔 물속에서 그 하루를 살았고 채 몸이 마르기도 전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내일을 걸어야 했던 중년의 하루, 또 다른 하루에 녹지 못하고 얼어버린 가슴앓이가 고드름처럼 맺힌 창문 너머로 뽀얀 아침이 다시 숨을 가다듬고 찾아오면 따뜻한 햇살이여, 새삼 반가운데 등 뒤에서 날마다 부르는 금쪽같은 품 안에 자식을 이제는, 이제는 올려다보며 점점 셀 수 없는 내 흰 머리카락은 과연 몇 개나 될까 아, 오늘은 무엇이 마냥 그리워진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