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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바람처럼 그렇게

자작글1

얼굴

해량 2017. 3. 31. 23:28

얼굴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 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살면 무엇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눈매를 닮은

한 마리의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엇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에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담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잊혀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 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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