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바람처럼 그렇게
자작글1
고향 길/허주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오래 만에 내가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낸 곳 고향으로 달렸다 에어컨을 끄고 차창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머리카락 날린다. 얼마만인가 고향길이 살다보면 온갖 핑계를 만들고 산다 그중에서 가장 속 보이는 핑계가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다 나도 항상 써 먹는 방법 중 하나다 예전엔 두 시간 더 걸리던 거리가 지금은 길이 너무 잘 뚫려있어서 한 시간이면 도착한다. 그렇게 가까운 고향에 아직 늙으신 아버님이 살고 계시는데 자주 찾아뵙지 못함을 고향에 도착한 순간 후회를 했다 그렇게 키가 커 보이고 권위 당당 했던 분께서 구십을 넘긴 지금은 내일모레 예순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건강하시다는 것 밖에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글을 배우고 산수를 배우던 학교의 운동장 그 때는 그렇게 넓어 보였는데 한 바퀴 둘려 보니 너무 작아 보였다. 곳곳에 추억들이 남아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했던 이 승복 동상 성웅 이순신 장군께서 큰칼을 차고 서있는 동상 들 모두 그대로 인데 세상을 크게 한 바퀴 돌아 온 나만이 너무 늙어 있었다. 아이들이 꾸며 놓은 작은 화단에는 온갖 여름 꽃들이 피어있고 파란 잔디위에는 여치며 베짱이 들이 뛰놀고 있다 학교 뒤뜰 작은 집 위에 얼기설기 피어 있는 하얀 박꽃은 계절을 잊어버린 듯 이제서 피어나고 있었다. 작은 들에는 농부들이 심어 놓은 벼들이 산들바람에 마치 물결이 일 듯 사르르 밀리고 밀리는 화려함을 보았다 목청이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어릴 적 내가 듣던 소리는 아니었다. 세월이 그 만큼 바뀌었으니 매미도 아마 진화 한 것 같다 감나무 숲에서 흙을 파고 있던 닭들이 낯선 불청객 방문에 놀라서 후다닥 날아 도망가는 모습을 보니 어릴 적 닭 쫏으며 놀던 기억이 났다 해는 어느 듯 서산 동산을 넘어 어둠이 깔리고. 예전에는 없었던 골목길 가로등이 하나둘 켜졌다 가로등 옆에 주렁주렁 열려 있는 대추들이 파란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가로등 불빛에 반짝반짝 빛났다. 가로등 불빛의 유혹에 모였던 나방들을 노리고 두꺼비 두 놈이 가로등 밑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 때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두꺼비 오래 만에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그 때는 비가 오면 맹꽁이들이 그렇게 슬피 울고 하더니 지금은 전부 어디로 가버렸는지 생김새 마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맘 즈음에 푸른 창공을 비행하던 제비도 이제는 오지않는 고향이 되어 버린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늦은 밤 어머님 제사를 지냈다 오래 만에 만난 형제들과 한 잔의 술을 나눠 마시고 헤어져 다시 돌아오는 길이 그리 가볍지는 않았다 어느새 머리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자있고 얼굴에는 거친 세월의 흔적에 푹 파인 인생계급장만 남아서 너털웃음을 웃는 그들을 보니 미래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어깨에 지고 있는 세월이 더 무거워 짓누름을 느꼈다 언제다시 돌아갈지 모르는 고향 어머니 자궁 속 같은 그 고향이 있어서 사람들은 간혹 향수에 빠져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변수가 항상 생기는 법 그런 변수가 생기기 전에 고향을 자주 찾아보는 것이 힘든 삶속에서 조금이라마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고향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그 곳이 영원한 어머니의 품속 같은 곳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삽입곡 영원한 사랑인줄 알았는데-이창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