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바람처럼 그렇게
행시
가로등 불 빛 /허주 가로등이 깊어가는 겨울밤 찬바람을 이고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로맨스그레이 한 신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홀로 차가운. 겨울밤 어둠을 벗 삼아서 그렇게 서 있습니다. 등신불(等身佛)처럼 우둑 커니 서서 오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는 가로등이 너무 외로워 보입니다. 불빛은 희미하게 어둠을 뚫고 어둠은 불빛에 흩어지고 다시 어둠은 불빛을 감싸 안 습니다 빛나는 저 가로등은 나의 마음을 아는 듯한데 나는 전연(全然) 알 길이 없습니다. 깊어가는 겨울 밤 바람 마 져 잠들고 가로등만 빛납니다.